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색은 어디에서 결정되는가

2026.05.14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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브랜드 색을 정하는 자리는 대개 회의실이다. 커다란 모니터, 균일한 형광등, 인쇄 교정지. 그런데 그 색이 실제로 쓰이는 곳은 회의실이 아니다.

세 도시, 마흔두 곳

지난 겨울 서울·방콕·타이베이의 편의점 마흔두 곳에서 매대 조도를 쟀다. 눈높이 선반 기준으로 평균 조도는 서울 820럭스, 방콕 1,140럭스, 타이베이 610럭스였다. 색온도는 더 크게 갈렸다 — 4,000K에서 6,500K까지 흩어져 있었다.

같은 캔을 세 도시에 놓고 촬영했다. 채도가 높은 주황은 6,500K 조명 아래에서 붉게 밀렸고, 4,000K에서는 노랗게 주저앉았다. 브랜드가 정한 색은 하나였지만, 매대 위에 존재하는 색은 세 개였다.

색은 값이 아니라 구간이다

여기서 얻은 결론은 단순하다. 브랜드 색을 하나의 값으로 정의하면 반드시 어딘가에서 어긋난다. 대신 허용 구간을 정의하고, 그 구간 안에서 어느 쪽으로 밀릴지를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다. 밀릴 방향을 정하는 것이 색을 고정하려는 것보다 실용적이다.

실무적으로는 세 가지를 함께 정한다. 기준값, 허용 구간, 그리고 인접 색과의 최소 간격.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하다 — 색이 밀렸을 때 옆 제품과 구분되지 않으면 그때 브랜드가 무너진다.

회의실을 옮길 수는 없지만

모든 색 결정을 매대에서 할 수는 없다. 하지만 최소한 한 번은 실제 조건에서 봐야 한다. 우리는 요즘 색 제안 단계에 4,000K와 6,500K 두 개의 조명 부스를 쓴다. 부스 두 개를 놓는 데 든 비용은 인쇄 재교정 한 번보다 쌌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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